하와이, 기후위기를 ‘탄소세’와 ‘관광세’로 미래를 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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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의 현장, 하와이

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하와이 제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변과 산호초, 열대우림과 화산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동시에, 지구 기후변화의 충격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 10여 년 동안 하와이의 해수면은 꾸준히 상승했고, 해변 침식과 산호 백화, 극한 폭우와 가뭄, 허리케인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주민들은 기후위기가 먼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 자신들의 삶과 생계, 그리고 다음 세대의 터전까지 위협하고 있음을 뼈저리게 실감하게 되었다.
특히 2018년 카우아이 섬을 강타한 기록적 폭우와, 2023년 마우이섬 라하이나를 초토화시킨 대형 산불은 하와이 주민과 정부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변화’를 촉구하는 경고음이 되었다.

기후변화 대응의 해법, 세금 제도를 논하다

이처럼 기후위기가 일상이 된 하와이에서, 주 정부와 의회, 그리고 시민사회는 ‘탄소중립’과 ‘기후회복력’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근본적 재원 마련의 필요성에 공감하게 되었고, 그 해법으로 ‘탄소세’와 ‘관광세’ 등 새로운 세금 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하와이는 미국 내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환경 정책을 선도해온 주로, 2015년 미국 최초로 ‘100% 재생에너지 전환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2045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법제화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야심 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인프라 투자와 기술 개발, 그리고 해안 방재와 산호 복원 등 기후적응 사업에 들어갈 안정적 재원이 필수적이었고, 기존의 연방정부 보조금과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했다.

하와이의 탄소세(Carbon Tax): 논의와 시범 도입

탄소세는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비례해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로, ‘오염자 부담 원칙’에 입각해 에너지 소비 구조를 친환경적으로 전환하고, 세수로 기후대응 사업을 추진하는 이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2021년, 하와이 주 의회는 ‘탄소세 도입 법안’을 발의해 본격적 논의에 들어갔으며, 2022년에는 ‘하와이 기후탄소세 및 배당금 법안’이 상정되었다.
이 법안은 휘발유, 디젤, 천연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 판매업자에게 톤당 평균 40달러의 탄소세를 단계적으로 부과하는 한편, 저소득층과 농어민 등 취약계층에는 세수의 일부를 ‘기후배당금’ 형태로 현금 환급하는 구조를 담았다.
비록 강한 산업계 반발과 물가상승 우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본격 시행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하와이 주 정부와 의회는 2023년에도 탄소세 도입을 위한 연구와 사회적 논의를 지속하고 있으며, 실제로 ‘탄소가격제’ 시범사업과 정책효과 분석을 병행하고 있다.

관광세(Green Fee, Visitor Impact Fee): 하와이만의 해법

하와이 경제의 핵심인 관광산업은, 연간 10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남기는 경제적 이익만큼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관광객이 급감하자, 해변과 산호초, 숲이 빠르게 회복되는 현상이 관찰되었고, 주 정부와 시민들은 ‘관광이 남기는 환경비용’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하와이 주는 2021년부터 ‘방문객 환경부담금(Visitor Green Fee)’ 또는 ‘자연보호 관광세’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2023년 하와이 주 의회를 통과한 ‘Visitor Impact Fee’ 법안은, 15세 이상 관광객이 하와이 내 자연공원, 해변, 산림 등 공공자연자원에 입장할 때, 1인당 연 50달러의 환경부담금을 내도록 규정했다.
이렇게 모인 세수는 해안 복원, 산호 보호, 침식 방지, 멸종위기종 관리, 기후적응 인프라 등 자연보호 및 기후대응 사업에 전액 투입된다.
하와이 주 정부는 “하와이의 자연을 즐기는 모든 방문객이, 그 지속 가능성을 위해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을 명확히 하고 있다.

세금 수입의 활용과 사회적 효과

탄소세와 관광세 등 기후 관련 세금의 도입 목적은 단순한 재정 확보가 아니라, 하와이의 미래 세대를 위한 전략적 투자에 있다.
주 정부는 세수의 상당 부분을 해안선 복원, 산호초와 맹그로브숲 재생, 친환경 교통망 구축, 재생에너지 발전소 확장, 그리고 저소득층 에너지 비용 지원, 기후교육 및 청정기술 일자리 창출 등 포용적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원주민 커뮤니티와 지역 소상공인, 청년층의 참여와 지원을 통해, ‘기후정의(Climate Justice)’와 ‘포용적 전환(Just Transition)’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하와이 정책의 특징이다.

정책 추진 과정의 갈등과 합의

새로운 세금 제도 도입은 언제나 논쟁과 갈등을 동반했다.
일부 주민과 업계에서는 “세금 인상이 생활비 부담, 관광객 감소,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고, 실제로 관광업계는 ‘관광세’가 하와이 방문을 꺼리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주 정부는 광범위한 공청회와 시민 참여, 전문가 자문을 통해 정책의 필요성과 효과, 그리고 부작용 최소화 방안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저소득층 지원, 산업 전환 인센티브, 세금 환급제 등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했다.
결국, “하와이의 미래는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와, 원주민·청년·환경단체의 적극적 참여가 정책 추진의 원동력이 되었다.

시행과 변화: 하와이의 새로운 도전

2024년 기준, 하와이 주는 관광세 시행을 본격화하고, 탄소세 도입을 위한 로드맵과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등, 미국 내에서도 가장 선도적인 기후세 정책을 실험하는 주가 되었다.
관광세 시행 이후, 하와이 주 정부는 연간 수천만 달러의 추가 세수를 기후대응 사업에 투입하고 있으며, 해안 복원, 산호초 보호, 친환경 교통 확대 등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비중이 빠르게 늘고, 전기차·대중교통 이용률 증가, 청정기술 스타트업 육성 등 사회 전반의 ‘녹색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국제적 파장과 벤치마킹

하와이의 기후세 정책은, 미국 내 타 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유럽연합(EU), 캐나다, 뉴질랜드 등 탄소세 도입국가들은 하와이의 정책 설계와 사회적 합의 과정을 주목하고 있고, 태평양 섬나라들은 “하와이 모델”을 자국의 기후 정책에 벤치마킹하고 있다.
국제기구와 환경단체도 하와이를 ‘기후 회복력의 선구자’로 평가하며, 공동 연구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남은 과제와 미래 전망

하와이의 기후세 실험은 아직 완성된 답이 아니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 변동, 관광 수요의 불확실성, 일부 산업과 계층의 부담, 정책 피로감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특히, 세금의 역진성 문제와 지역 간 불균형, 기술 격차 해소 등은 지속적 개선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주 정부는 정기적 정책 평가와 국민 참여, 이해관계자 협의체 운영을 통해, 유연하고 포용적인 정책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하와이, 기후변화 최전선에서 희망을 쏘다

하와이 주의 기후세 정책은, 작은 섬이 거대한 지구적 도전에 맞서, 미래 세대를 위한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리고, 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과 희생, 그리고 희망을 나누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21세기 기후 정책의 중요한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다.
비록 그 길은 쉽지 않고, 수많은 시행착오와 갈등, 그리고 도전이 이어지겠지만, 하와이의 실험은 전 세계에 ‘변화는 가능하다, 그리고 그 변화는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제 하와이는, 기후변화의 최전선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섬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