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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소식을 들었을 때보다, 그 이후에 벌어진 일들을 지켜보면서 더 답답했어요. 경기에서 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쳐도, 그 뒤로 드러난 협회 운영의 속살을 보니 "이게 정말 30년 넘게 이어져 온 조직의 모습이었나" 싶더라고요. 축구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요즘 뉴스 볼 때마다 한숨 나오실 거예요. 저도 그랬거든요.

오늘은 정몽규 전 회장의 사퇴부터 시작해서, 지금 K-축구혁신위원회가 어디까지 논의를 진행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왜 자꾸 잡음이 나오는지를 제 나름대로 정리해봤습니다.

 

월드컵 실패보다 더 아팠던 건 그 이후였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은 사상 첫 원정 8강이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조별리그 단계에서 짐을 쌌습니다. 성적이 나쁘면 감독이 책임지는 건 축구판에서 흔한 일이니 홍명보 감독의 사퇴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였어요. 그런데 여기서 끝난 게 아니라 정몽규 회장까지 동반 사퇴를 발표했다는 점이 이번 사태의 무게를 다르게 만들었습니다.

정 회장은 2013년부터 무려 13년 5개월 동안 대한축구협회를 이끌어온 인물입니다. 짧은 임기가 아니죠. 그는 지난 5월 29일 성명을 통해 월드컵을 끝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본인 입으로 "논란과 비판은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다만 이 사퇴가 순수한 책임감에서 나온 결정이었는지, 아니면 이미 벌어진 법적 문제들 때문에 더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었는지는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감독 선임 논란, 그리고 법정까지 간 협회

사실 이번 사태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2024년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문화체육관광부가 그해 7월부터 11월까지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특정감사를 진행했고, 감독 선임과 축구센터 건립 등 9개 항목에서 부적정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여기서 재밌는 건, 최근 공개된 최종후보 면접 결과 자료를 보면 당초 1순위 후보는 제시 마쉬 감독이었는데 최종적으로는 홍명보 감독이 선임됐다는 점이에요. 그 배경으로 비용 문제가 언급되면서 다시 한 번 논란이 커졌습니다. 실력이나 적합성보다 다른 이유가 결정에 영향을 줬다면, 그건 협회가 축구 전문성보다 행정적 판단을 우선했다는 뜻이 될 수 있으니까요.

문체부는 이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몽규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고, 협회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2026년 4월 23일 서울행정법원이 문체부의 감사와 징계 요구가 적법했다고 판결하면서 협회가 1심에서 패소했어요. 재판부는 문체부가 징계 요구 권한을 갖고 있고, 감사 절차도 적법했으며, 징계 양정 역시 협회 자체 규정 안에서 이뤄졌다고 판단했습니다. 협회는 결국 5월 6일 이사회를 열어 항소를 결정했는데, 이 시점이 정몽규 회장 사퇴 발표와 거의 맞물려 있다는 점이 여러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부정선거 의혹까지, 신뢰는 바닥을 쳤다

이 정도로도 충격이 컸는데 최근에는 더 무거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KBS가 55대 회장 선거, 그러니까 지난해 2월 치러진 선거와 관련된 녹취 파일을 입수해 보도했는데요. 축구협회장 선거는 전체 회원 15만 명 중 선거인단 200명 안팎이 표를 던지는 간선제 구조라, 소수에게 영향력이 집중되기 쉬운 시스템입니다. 이번에 공개된 녹취에는 선거 운동 자격이 없는 협회 이사가 특정 후보를 밀어주면 경기 배정이나 승급에서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담겨 있었다고 해요.

저는 이 대목에서 좀 씁쓸했습니다. 성적 부진이나 감독 선임 논란은 어떻게 보면 판단의 문제라고 넘어갈 수 있지만, 선거 자체가 왜곡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건 조직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뜻이잖아요. 소문으로만 떠돌던 이야기가 실제 증거로 나온 셈이니까, 협회를 향한 신뢰가 더 깎여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혁신위가 꺼낸 카드, 회장 선거부터 뜯어고치자

이런 상황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K-축구혁신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박지성 씨가 공동위원장을 맡았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여러 차례 회의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이 혁신위가 가장 먼저 손을 댄 부분이 바로 회장 선거 제도입니다.

7월 13일 열린 2차 회의에서는 보궐선거를 60일 이내에 치러야 한다는 기존 규정에 예외를 두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선거 방식을 만들고 나서 선거를 치르겠다는 취지죠. 그리고 7월 20일 3차 회의에서는 거버넌스 혁신과 선거인단 개편을 본격적으로 논의했다고 하는데, 여기서 나온 핵심 아이디어가 바로 '직선제'입니다.

마침 상급 단체인 대한체육회가 먼저 움직였어요. 7월 16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체육회장 선거인단을 기존보다 40배 이상 늘려 약 9만 명 규모로 확대하는 직선제 개편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이 자리에서 축구협회 상황을 고려해 회원 단체들이 직선제를 조기에 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는데요. 지금까지 200명 안팎의 선거인단이 좌우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훨씬 많은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진 겁니다. 저는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가장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해요.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구조 자체가 부정선거 의혹을 낳는 토양이 됐던 거니까요.

 

그런데 정말 회장과 감독만 바꾸면 될까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이천수 씨가 지난 7월 16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던진 발언이 꽤 화제가 됐는데요. 그는 회장이나 감독을 교체하는 것만으로는 진짜 개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20~30년 동안 협회 행정과 정책을 실질적으로 주도해온 내부 핵심 인사들, 그러니까 회장보다 더 오래 자리를 지킨 실무직원들이 먼저 물러나야 한다는 거예요.

생각해보면 일리 있는 말이에요. 회장은 몇 년마다 바뀌지만, 실무를 담당하는 조직 내부의 핵심 인력은 정권이 바뀌어도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잖아요. 겉으로는 수장이 교체됐다고 해도 의사결정 구조와 관행이 그대로라면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노컷뉴스도 비슷한 시각의 칼럼을 냈는데, 정몽규 회장이 저지른 과오의 대가를 지금 실무진들이 대신 짊어지고 있다는 지적이었어요. 협회 행정망이 사실상 셧다운됐다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로, 조직 내부의 혼란이 상당했던 모양입니다.

동시에 개혁 논의를 둘러싼 갈등도 표면화됐습니다. 서강일 전북특별자치도축구협회장이 박지성·이영표 혁신위원을 향해 "뭘 아느냐"는 식의 발언을 했고, 이에 박지성 위원장이 "자리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맞받아치는 상황도 있었어요. 지방 축구협회 관계자들 입장에서는 선수 출신 인사들이 행정 경험 없이 개혁을 주도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런 반응 자체가 오히려 왜 혁신위가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혁신 논의 중에 보궐선거 절차 안내라니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대목이 있는데요, 혁신위가 선거 제도 개편 논의를 한창 진행하던 시점에 대한축구협회가 갑자기 정몽규 전 회장 사임에 따른 보궐선거 절차를 안내했다는 겁니다. 7월 15일에 임원과 대의원을 대상으로 후보 등록 의사 표명 절차를 공지했는데, 시기가 참 묘했어요.

문체부가 주도하는 혁신위에서는 기존 선거 방식의 문제를 지적하며 시간을 두고 제대로 된 제도를 만들자고 하는 상황인데, 협회는 그와 별개로 기존 정관과 규정에 따른 보궐선거 절차를 그대로 진행하려는 모습을 보인 거죠. 이걸 두고 경기일보를 비롯한 언론에서도 시기적절성에 대한 비판을 제기했습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협회 내부에 여전히 기존 체제를 유지하려는 힘이 작동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어요.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조직 내부의 관성이 부딫히는 순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665억이라는 숫자가 말해주는 것

행정소송 관련 보도 중에는 665억이라는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하며 협회의 방만한 운영을 지적한 기사도 있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판결문이 그동안 협회가 얼마나 느슨한 경제 논리로 조직을 운영해왔는지를 보여준다는 취지였는데요. 정확한 금액의 세부 내역까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부분도 있어 조심스럽지만, 판결문 자체가 협회 운영 방식에 대한 사법부의 부정적 평가를 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런 흐름들을 종합해보면, 지금 대한축구협회가 겪고 있는 위기는 단순히 월드컵 성적이 나빴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에요. 감독 선임 절차, 회계와 행정 운영, 선거 제도, 조직 문화까지 여러 층위에서 동시에 문제가 터진 거고, 그게 월드컵 탈락을 계기로 한꺼번에 수면 위로 올라온 거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마치며, 저는 이 개혁이 진짜였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여러 기사를 찾아보는 동안 계속 든 생각은 이거였어요. 한국 축구가 성적으로 실망을 준 건 여러 번 있었지만, 이번처럼 조직 내부의 구조적 문제가 이렇게까지 낱낱이 드러난 적은 드물었던 것 같습니다. 회장이 바뀌고 감독이 바뀌는 건 어쩌면 가장 눈에 잘 보이는 변화일 뿐, 진짜 중요한 건 선거 제도가 얼마나 투명해지는지, 그리고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내부 인사들의 관행이 얼마나 실제로 달라지는지에 달려있다고 봐요.

직선제로 선거인단을 9만 명 규모까지 늘리겠다는 방향 자체는 저는 긍정적으로 봅니다. 다만 제도만 바뀌고 그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들의 태도나 관행이 그대로라면, 결국 겉모습만 달라진 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지울 수 없어요. 이천수 씨의 발언처럼 회장과 감독 교체에서 멈추지 않고 내부 실무 구조까지 손을 대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혁신위가 그 지점까지 밀고 나갈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저는 이번만큼은 협회가 정말 달라지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솔직히 반은 기대하고 반은 걱정하는 마음으로 다음 소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